Issue 111, Dec 2015
래그너 칼텐손_다만 그리움을 아는 자만이
France
Ragnar Kjartansson: Seul Celui qui Connaît le Désir
2015.10.21-2016.1.10 파리, 팔레드도쿄
18세기 말, 혼돈으로 가득한 세상을 바라보며, 독일의 대문호 괴테(Goethe)는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Wilhelm Meisters Lehrjahre)』라는 이야기를 써 내려갔다. 눈 앞에 펼쳐진 혼란들 틈 속으로 뛰어든 한 젊은 남자가 겪게 되는 방황과 좌절, 사랑 이야기는 한 인간의 성장과 더불어 새로운 세상을 앞둔 시대의 산통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부유한 상인 집안에서 태어난 주인공 빌헬름의 파란만장한 인생사를 이미 읽어본 독자라면, 그가 우연히 떠돌이 유랑극단에서 만나게 된 이탈리아 출신의 여인 ‘미뇽’을 쉽게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녀가 언제, 어디에서, 어떻게 그곳까지 오게 된 것인지 알 수 없지만, 지중해의 푸름과 따뜻한 햇볕을 머금은 그녀의 모습은 독자들에게 신비롭고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빌헬름이 만난 여러 명의 여인 중 유독 미뇽이 수많은 예술가의 뮤즈가 될 수 있었던 이유도 아마 우연은 아닐 것이다. 소설 속에서 그녀가 시종일관 풍기는 묘한 분위기와 그녀가 맞이한 비극적인 최후는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불어넣기에 충분하리라. 빌헬름만큼이나 굴곡진 인생을 걸어온 미뇽이 자신의 삶과 세상을 향해 읊조린 시와 노래는 지금까지도 우리 귓속을 맴돈다. 아름다운 선율이 더해진 차이코프스키(Tchaikovsky)의 음악으로, 프랭크 시나트라(Frank Sinatra)의 구슬픈 목소리로, 세대를 거듭하며 계속해서 사람들에게 불리고 있다. 그리고 2015년 겨울, 파리 팔레드도쿄(Palais de Tokyo)에서 그녀의 이야기가 다시 한 번 들려오기 시작한다.
● 정지윤 프랑스통신원
'Seul Celui qui Connaît le Désir' 2015 Vue de l’exposition 'Seul Celui qui Connaît le Désir', Palais de Tokyo, Paris, 2015 Courtesy of the artist and Luhring Augustine (New York); i8 Gallery (Reykjavik) Photo: Aurélien Mole